움직임은 역동적인 프레임을 구성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125이상의 셔터스피드 대신에 1/30초 이하의 저속셔터를 사용하면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프레임을 흥미진진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동감을 나타내는 방법에는 단순히 셔터스피드를 늦춰 피사체의 움직임을 잔상으로 처리하는 것 외에 주밍, 패닝 등
여러 가지 촬영 기법이 있습니다. 느린 셔터스피드는 주로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이나 졸졸 흐르는 시냇물 등의 촬영에 많이 사용되지만,
그뿐 아니라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동감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방법은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대비시켰을 때 더욱 효과가 크게 전달됩니다.
두 가지 상반된 개념이 사진 안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대조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27mm | F11 | 1/10sec | ISO - 400
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29mm | F9 | 1/13sec | ISO - 400
저속 셔터스피드를 사용할 때 불가피하게 삼각대 없이 촬영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주변의 사물을 최대한 이용하거나 초 몸으로 최대한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의지해야 합니다.
필자는 지하철 벽에 기대어 1/10의 셔터스피드로 지나가는 사람은 잔상으로 나타내고, 움직임이 없는 피사체는 흔들림 없이 잡아냈습니다.
멈춰 있는 지하철과 기다리는 사람이 움직이는 사람들과 대비되면서 저속 셔터스피드의 효과를 극대화 시켜줍니다.
벽에 기대어 자세를 고정하고 최대한 흔들림 없이 촬영한다 할지라도 1/10초의 셔터속도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셔터를 많이 누를수록 성공확률도 높아집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16mm | F5.6 | 1/60sec | ISO - 1600
승객들로 가득 찬 지하철 내부의 모습을 16mm 초 광각으로 촬영했습니다.
하이앵글을 구사하기 위해 손을 높이 들어 카메라를 올린 다음 라이브뷰를 이용해 수평을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승객들을 저를 의식했으나, 이내 관심을 끄고 눈빛을 돌린 사이 카메라의 셔터 소리는 경쾌하게 울렸습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142mm | F4 | 1/250sec | ISO - 1600
포토에세이를 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클로즈업 사진입니다.
프레임에서 인물을 보여주지 않는 ‘faceless’ 사진은 피사체의 시선을 배제함으로써 주변적인 사항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나타내 줍니다. 많은 여행사진가들이 피사체의 복장이나 행동을 더욱 눈에 띄게 하기 위해 단절된 프레임을 사용합니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있는 인물의 손을 얕은 심도로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주인공에 대한 상상을 품게 합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35mm | F6.3 | 1/15sec | ISO - 400
바닥에 있는 안내 화살표와 걸어가는 사람의 방향을 동일 시켜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저속셔터는 밋밋한 앵글에 생동감을 가미해 줍니다.
촬영 후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프레임 속에 ‘무엇이’ 더 필요할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102mm | F11 | 1/30sec | ISO - 400
지하철 내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광판입니다. 모델의 환한 웃음이 사진가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을 이용해서 열차가 지나갈 때 저속 셔터로 차량 궤적과 함께 광고판을 포착했습니다.
망원렌즈를 이용했지만 IS 기능을 이용해 1/30초로도 흔들림 없이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18mm | F7.1 | 1/30sec | ISO - 1600
도쿄의 새로운 명소 ‘스카이 트리’로 연결되는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로 가득 찬 에스컬레이터는 소위 사진적으로 흥미있는 ‘그림’이 되기도 합니다.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을
조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계단의 중간 즈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스포츠 경기에서만 포지션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진에서도 좋은 장소를 선택하는 일은 좋은 사진을 위한 빼놓을 수 없는 밑거름이 됩니다. 지름길을 달리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지도를
펼쳐야 하고 풀잎이 무성한 나무를 키우려면 비옥한 토양을 선택해야 하듯이, 사진가에 있어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해서 안 되는 주요한 자양분입니다.
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35mm | F9 | 1/160sec | ISO - 100
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35mm | F9 | 1/160sec | ISO - 100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사진으로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실루엣으로 담았습니다.
바깥과 실내의 노출 차이가 커서 프레임의 밝은 부분에 노출을 맞추고 촬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주 피사체가 실루엣으로 표현됩니다.
사진을 찍는 것만큼 촬영한 사진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입니다. 여러 사람이 역사를 빠져나가는 장면과 한 사람이 나가는 장면은 서로 대비 대는 풍경입니다.
촬영 후 어떤 사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진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180도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