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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여행사진 : 3편 - 여행에서 마주치는 일상 : 일본의 지하철 캐논아카데미 /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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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마주치는 일상 - 일본의 지하철

지하철은 여행지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재 중 하나입니다.
나라마다 각기 다른 특성이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우리와 다름없는 삶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지하철 하면 쉽게 떠오르는 사진작가는 미국의 브루스 데이비슨(Bruce Davidson)입니다.
그는 섬세한 감성과 감각적인 색채로 20세기 사진사의 한 획을 그은 매그넘 소속 작가입니다.
데이비슨은 그의 렌즈를 통해 인생의 희노애락이 공존하고 있는 뉴욕의 지하철의 모습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했습니다. 그의 사진을 보면 대부분 꾸미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낸 캔디드(Candid)사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으로 북적대는 지하철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자연스러운 캔디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자연스러움의 미학, 캔디드 사진

캔디드(Candid)라는 영어 단어는 ‘솔직한’, ‘거리낌 없는’ 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어를 차용한 ‘캔디드 사진’은 쉽게 말해 포즈를 취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스냅샷(Snapshots)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캔디드 사진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삶의 순간을 여과 없이 잘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캔디드 사진의 주류는 대부분 인물을 다루는데 있습니다. 사람들이 행하는 순간적인 기지나 행동, 예상치 못한 표정 등을 포착하는 것이 캔디드 사진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옆자리에서 침을 흘리며 잠을 자는 친구를 장난스레 찍는 것도, 키스하는 연인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하는 것도 캔디드입니다.
이 캔디드 사진의 묘미를 잡아내기 위해 쓰는 촬영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셔터를 누른 뒤 도망가기’와 ‘피사체에게 자신을 알리기’입니다.
셔터를 누른 뒤 도망가는 방법은 ‘결정적 순간’으로 유명한 사진의 대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이 자주 사용했던 방법입니다.
브레송은 피사체가 되는 인물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촬영할 때, 능숙하게 카메라를 들어 올려 빠른 속도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리고 피사체가 뒤돌아보는 순간에는 이미 저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전설처럼 들려오는 이야기지만 이 방법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도촬’에 가까워서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입니다.
다른 하나의 방법 ‘자신을 알리기’는 말 그대로 찍으려는 대상에게 사진가의 존재를 알리는 것입니다.
피사체에게 촬영 허가를 맡은 후 인내심을 가지고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면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촬영 대상이 카메를 의식하게 되면 캔디드에서 얻을 수 있는 ‘솔직함’이 표현되기 어렵다고 합니다.
필자의 경험상 피사체에게 촬영 사실을 알리면 대부분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해서 처음에 발견했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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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35mm | F5 | 1/100sec | ISO -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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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30mm | F5.6 | 1/60sec | ISO -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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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35mm | F5.6 | 1/80sec | ISO - 1000

필자가 일본의 지하철을 촬영하면서 사용한 테크닉은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방법을 결합한 것이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순간을 발견했으면 브레송처럼 먼저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한 다음, 피사체에게 자신을 알리는 것입니다. 정말로 자연스러운 표정이나 행동은 그 순간이 아니면 되돌아오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일단은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 물론 찍히는 사람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서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다면 좋은 사진을 찍었더라도 과감하게 그 사진은 버려야 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서로 진심이 통하고, 진심은 소통을 낳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용기를 갖고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후
상대방과 소통하면 촬영 허가를 받는 일은 의외로 어렵지 않습니다. 아차 하는 순간에 결정적 순간은 휘리릭 지나갑니다.
여행지에서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촬영 후 눈 인사를 통해 허락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도 일본의 지하철에서는
촬영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손쉽게 자연스러운 캔디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러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카메라의 모드를 Tv나 Av로 바꾼 후 원하는 셔터스피드나 조리개를 미리 설정해 놓아야 합니다.

2. 저속 셔터스피드의 활용

움직임은 역동적인 프레임을 구성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125이상의 셔터스피드 대신에 1/30초 이하의 저속셔터를 사용하면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프레임을 흥미진진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동감을 나타내는 방법에는 단순히 셔터스피드를 늦춰 피사체의 움직임을 잔상으로 처리하는 것 외에 주밍, 패닝 등
여러 가지 촬영 기법이 있습니다. 느린 셔터스피드는 주로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이나 졸졸 흐르는 시냇물 등의 촬영에 많이 사용되지만,
그뿐 아니라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의 동감을 표현하기 위해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방법은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을 대비시켰을 때 더욱 효과가 크게 전달됩니다.
두 가지 상반된 개념이 사진 안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대조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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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27mm | F11 | 1/10sec | ISO -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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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29mm | F9 | 1/13sec | ISO - 400

저속 셔터스피드를 사용할 때 불가피하게 삼각대 없이 촬영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주변의 사물을 최대한 이용하거나 초 몸으로 최대한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도록 의지해야 합니다.
필자는 지하철 벽에 기대어 1/10의 셔터스피드로 지나가는 사람은 잔상으로 나타내고, 움직임이 없는 피사체는 흔들림 없이 잡아냈습니다.
멈춰 있는 지하철과 기다리는 사람이 움직이는 사람들과 대비되면서 저속 셔터스피드의 효과를 극대화 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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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기대어 자세를 고정하고 최대한 흔들림 없이 촬영한다 할지라도 1/10초의 셔터속도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셔터를 많이 누를수록 성공확률도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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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190mm | F9 | 1/10sec | ISO -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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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24mm | F9 | 1/10sec | ISO -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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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30mm | F13 | 1/2.5sec | ISO -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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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저속셔터를 이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카메라를 고정할 만한 장소를 찾는 것입니다.
사실 삼각대를 이용해 촬영하면 100% 완벽한 프레임을 구사할 수 있지만 여행 중에 삼각대를 갖고 다니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지하철 난간에 카메라를 고정한 후 셀프타이머를 이용해 2초 후 촬영이 되도록 촬영 설정을 하였습니다.
렌즈와 카메라의 평행이 안 맞을 경우 지갑 같은 물건을 렌즈 밑에 놓아주면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게 고정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은 망원렌즈의 원근감 압축을 이용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욱 북적북적하게 보이도록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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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16mm | F5.6 | 1/60sec | ISO - 1600

승객들로 가득 찬 지하철 내부의 모습을 16mm 초 광각으로 촬영했습니다.
하이앵글을 구사하기 위해 손을 높이 들어 카메라를 올린 다음 라이브뷰를 이용해 수평을 잡았습니다. 처음에는 승객들을 저를 의식했으나, 이내 관심을 끄고 눈빛을 돌린 사이 카메라의 셔터 소리는 경쾌하게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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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142mm | F4 | 1/250sec | ISO - 1600

포토에세이를 구성하기 위해 필수적인 클로즈업 사진입니다.
프레임에서 인물을 보여주지 않는 ‘faceless’ 사진은 피사체의 시선을 배제함으로써 주변적인 사항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효과를 나타내 줍니다. 많은 여행사진가들이 피사체의 복장이나 행동을 더욱 눈에 띄게 하기 위해 단절된 프레임을 사용합니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있는 인물의 손을 얕은 심도로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주인공에 대한 상상을 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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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35mm | F6.3 | 1/15sec | ISO - 400

바닥에 있는 안내 화살표와 걸어가는 사람의 방향을 동일 시켜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저속셔터는 밋밋한 앵글에 생동감을 가미해 줍니다.
촬영 후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프레임 속에 ‘무엇이’ 더 필요할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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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70mm | F4 | 1/160sec | ISO -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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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110mm | F4.5 | 1/250sec | ISO -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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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90mm | F4.5 | 1/200sec | ISO - 1600

오사카 지하철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출퇴근 시간 객차에 여성 전용칸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사전조사를 통해 여성칸에 대해 정보를 습득한 다음 촬영을 해야 하는데, 필자는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전용칸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사진가에게 지각력(Awareness)은 필수조건 중 하나입니다. 항상 콘도르의 눈을 가지고 특이한 사항을 발견했다면, 신속한 상황판단을 통해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 우연히 마주친 공간이지만 전용칸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플랫폼에서 여성들만 기다리고 있는 모습, 여성으로 북적대는 객차의 풍경을 망원렌즈로 스케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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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70-200mm f/2.8 L II USM | 102mm | F11 | 1/30sec | ISO - 400

지하철 내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광판입니다. 모델의 환한 웃음이 사진가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을 이용해서 열차가 지나갈 때 저속 셔터로 차량 궤적과 함께 광고판을 포착했습니다.
망원렌즈를 이용했지만 IS 기능을 이용해 1/30초로도 흔들림 없이 프레임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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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18mm | F7.1 | 1/30sec | ISO - 1600

도쿄의 새로운 명소 ‘스카이 트리’로 연결되는 지하철의 에스컬레이터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로 가득 찬 에스컬레이터는 소위 사진적으로 흥미있는 ‘그림’이 되기도 합니다.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을
조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계단의 중간 즈음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스포츠 경기에서만 포지션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진에서도 좋은 장소를 선택하는 일은 좋은 사진을 위한 빼놓을 수 없는 밑거름이 됩니다. 지름길을 달리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지도를
펼쳐야 하고 풀잎이 무성한 나무를 키우려면 비옥한 토양을 선택해야 하듯이, 사진가에 있어 자신의 포지션을 정하는 일은 결코 소홀히
해서 안 되는 주요한 자양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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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35mm | F9 | 1/160sec | ISO -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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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 III | EF 16-35mm f/2.8 L II USM | 35mm | F9 | 1/160sec | ISO - 100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사진으로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실루엣으로 담았습니다.
바깥과 실내의 노출 차이가 커서 프레임의 밝은 부분에 노출을 맞추고 촬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주 피사체가 실루엣으로 표현됩니다.
사진을 찍는 것만큼 촬영한 사진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입니다. 여러 사람이 역사를 빠져나가는 장면과 한 사람이 나가는 장면은 서로 대비 대는 풍경입니다.
촬영 후 어떤 사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진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180도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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